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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이라도 듣기 위해 마지막 일격은 급소(急所)를 약간 피해서 찔렀다. 그래

서 조영의 목숨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양팔과 다리의 근육이 찔려 움직이

지는 못했다.”정말 악귀처럼 무섭구나…! 내 목숨을 이렇게 살린 이유는 무엇

이냐?””유언이라도 듣기 위해서…….”조영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숨을 몰

아쉬었다. 고개를 돌려 동생의 시신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

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해는 여전히 떠 있었다.”후후후 유언이라…, 이미 점창

에서 검을 잡을 때 죽음을 각오했다. 어떤 유언이 필요하겠는가!”조영이 검을

잡을 때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는 말에 초일은 마음이 흔들렸다.”단지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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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있다면 사부님께 불충하고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했다는 것이 억울하구나!”

“더 이상 없나?”초일은 조영의 말에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 냉정히 말했다. 조영

은 정말 냉정하다는 생각과 지금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쓸쓸히 미소를 지

었다. 막상 이렇게 죽음이 다가오자 생각했던 것보다 담담했다.”있네, 당가의 청

(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계집을 만난다면 이 말을 전해 주게. 죽어서도 네

년을 저주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곱게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주게나.””더 이상은 없는 건가?””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초일.””초일? 자네가

낭인들의 제일검(第一劍)이라는 독검(獨劍)?””더 없나?””없네!”초일은 조영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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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서며 검을 옆으로 베었다. 어느새 조영의 목이 베이며 피가 쏟아졌다. 아

무런 고통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것에 망설여지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우울해졌다. 무심한 마음으로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되뇌었다. 어느새 그의 앞에 정이면이 서 있었다.”우울한 거냐?”초일의 표정이 우

울해 보이자 정이면이 말했다. 하지만 대답이 없는 초일의 모습에 정이면은 한숨

을 쉬며 말했다.”이들은 어차피 강호에서 악명이 나 있는 자들이다. 그런 동정심은

검을 무디게만 할 것이다.””하지만 이들의 검에서는 정대함만이 있었습니다. 제자

는 이들이 악한 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악한 자라면 그들의 무공에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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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그런 기운은 없었습니다. 단지 정대한 마음

만이 느껴졌을 뿐입니다.”초일의 말에 정이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초일이

상대한 인물들은 정말 인간이 아닌 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심성이 더 이상 살

아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망설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난 이들은 그렇

지 않아 죄의식이 드는 것인지도 몰랐다.정이면은 초일이 점점 사람다워진다고 생

각했다. 아마 이런 변화는 동굴에서의 환신(幻身) 이후일 것이다. 정이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