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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쌍쌍이 담 위로 날아 올라갔다.대나무 숲속에서 그 늙수그레한 음성이 또 소리를
질렀다.”내버려 둬라! 쫓아가지 말구”높은 담 위로 쫓아 올라간 것은 바로 보랏빛 옷을
입은 아가씨와 초록빛 옷을 입은 계집종이었다.두 여자들은 늙수그레한 음성을 듣자,
곧 몸을 멈추었다.그러나 보랏빛 옷을 입은 미모의 아가씨는 입을 쫑긋하면서 못마땅
하다는 말투였다.”어머니 ! 왜 저자를 그대로 놓아 보내시는 거예요?”대나무 숲속에서
늙수그레한 음성이 대답했다.”그냥 돌아오너라! 너는 못 들었느냐? 그자가 이 용취암을
죄악으로 뭉쳐진 곳이라고 하던 말을‥‥‥‥””그래요! 그자는 어머니를 모욕했어요. 그런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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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서 어머니는 그자를 그대로 돌려 보내주시는 거죠?””얘야!”늙수그레한 음성은 긴 한숨
을 내쉬고 나서야 말을 계속했다.”여기엔 어떤 커다란 오해가 있지 않은가 하고 나는 걱정
한다. 너는 네 어미가 거처하는 이 용취암이 죄악으로 뭉쳐진 곳이라고 믿느냐?”보랏빛
옷을 입은 아가씨는 여전히 마땅치 않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모친의 분부를 거역할 수도
없어서 초록빛 의복을 입은 계집종과 같이 뜰로 되돌아오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 추악한
노인은 자신의 모습이 폭로되자 봉명장에 오래 머물러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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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그가 봉명루 누각을 왼편으로 돌아서 뺑소니치고 있을 때, 누각 위에서는 종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퍼져서 밤공기를 뒤흔들었다.종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사방에 있는 열
두 금비녀들의 뜰 문간에는 일시에 봉등(鳳燈)이 높이 매달렸다.등불의 찬란한 색채 속에
서 열두 뜰로부터 꼭같은 빛깔의 복장을 한 여자 다섯이 우르르 달려나왔다.맨 앞장을
서 있는 여자의 바로 뒤에는, 의복의 빛깔과 꼭같은 색채로 만든 삼각형 봉기(鳳旗)를
높이 쳐들고 있는 장정이 버티고 서있었다.그러나 이 수많은 여인들은 저마다 조용히 뜰
문간에 서 있을 뿐, 곧장 봉명루를 향해서 달려오지는 않았다.추악한 노인은 두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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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쓱하고 치올리며 또 한 번 싸늘한 웃음을 입가에 띠었다.그는 이 수많은 여인들이 장
주의 열두 첩인 것을 잘 알고 있다.마음속으로 혼자 뇌까렸다.’흥! 사람 같지 않은 계집
애들.’거의 그와 꼭같은 시각에, 전면에 있는 세 채의 방사(房舍)에서도달려 나오는 사
람들이 있었다. 방사의 지붕 꼭대기마다 사람의 그림자가 갈팡질팡하고, 도검(刀劒)의
광채가 달빛에 번쩍거렸다. 그러나 그들은 각각 제자리를 지키고 서서 추호도 허둥지둥
하는 기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