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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샅이 뒤지다시피 했으나, 끝끝내 그 원수놈을 찾아내지 못했다.옛친구를 추모하

는 나머지, 정기봉은 봉명루 맨 아래층 비밀실(秘密室) 속에 소운의 유골과 위패(

位牌)를 모셔 두었다. 허구한날 잠시 동안이라도 그 영당(靈堂)에 꿇어앉아 망우(

亡友)의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 무예계 사람들은 엄지 손가락을 휘두르면서 정기

봉이 친구와의 의리를 생명같이 아는 사람이라고 극구 찬양했었다. 이런 사실은

아가씨가 어렸을 적에 유모의 입에서 들은 이야기였다.그러나 언젠가 강변에서 스

승인 늙은 여승의 말을 듣고 난 뒤부터, 한 가지 의심스러운 점이 늘 아가씨의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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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속에 맴돌고 있었다. 아가씨는 몇 번이나 그 비밀실에 한 번 들어가서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그러나 그 비밀실의 방문은 아가씨의 부친 한 사람만이 열 수

있고, 딴사람은 근처에 얼씬하지도 못하게 되어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제

아가씨는 추운검객 소운의 유적(遺跡)을 찾아온 것이다.거기에는 부친의 고우(故友

)에 대한 애도의 뜻이 있다기보다는, 전혀 딴 의도가 있었다. 이 유적 근처를 슬슬

돌아다녀 보면, 혹시 무슨 사건의 실마리라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또, 아가씨

자신의 어떤 추측이 잘못 짚은 것이 아니라면, 이 근처에서 아가씨가 만나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을 만나 볼 수도 있지 않을까?이런 생각을 하고, 아가씨는 마침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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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고장까지 달려온 것이다. 어떤 음식점에 들러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끝내고

소원(邵園)이란 지점이 어디쯤 되는지 그것을 똑똑히 물어 봤다. 그리고 즉각 말을

급히 몰아서 동문(東門) 밖으로 나섰다.소원이란 지점은 신계 동문 밖에서 오륙 리

길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상당히 넓은 면적을 점령한 터전으로, 왕년에는 이 광장

(廣場) 안에 수많은 누대(樓臺)들이 하늘을 무찌를 듯이 웅장하게 솟아있었다.

서남 지방 일대의 무예계 고수급 거물들이 한데 모여 자리를 같이하고 고담 준론

을 기탄없이 교환하던 곳이었으며, 허구한날. 말과 마차들의 왕래가 성황을 이루

던 터전이었다.그러나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다. 누대는 기울어지고, 허물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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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하던 수목도, 기화 요초들도 모두 시들어 버렸다.다만 한 사람 늙어 찌부러지

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시력도 부실한 늙은이가 이 폐허가 돼 버린 광장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오전 여덟시가 조금 지났을 때.한 필의 새빨간 말이 요란스런 말굽 소리

를 내면서 광장 문앞으로 달려들었다. 말은 목청을 길게 뽑아서 한바탕 울부짖으며

, 걸음을 멈추었다. 한 덩어리 보랏빛 구름 같은 아가씨의 몸집은 말 위에서 살짝

날아서 땅 위에 내려섰다.자운 아가씨는 말을 적당한 장소에 매 두고, 고개를 쳐들

어 돌을 쌓아 올려서 만든 쓸쓸한 광장의 정문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돌문 이마

빼기에 새겨져 있던 글자의 흔적은 이미 모호해져서 뭣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만약에 이 지점이 바로 소원이라는 것을 모르고 온 사람이라면, 도저히 ‘소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