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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 벌써? 크악! 난 죽었다!””열심히 죽으셔! 난 살 테니까!””배신자!””시끄러! 누가 사람 깨우
고 도로 잠드….”꼬께에-엑!세 번째의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제 슬슬 주인장이 출현할 시
간이 다 되었다는 뜻이다. 정확한 정보에 따르자면 주인장은 첫 닭 울음에 일어나서 세 번째
울음소리가 날 때 양동이와 홍두깨를 들고 그의 방을 나온다고 한다.난 일단 옆방에서 들려
오는 바쁜 물 찰박이는 소릴 들으며 나의 의무를 다했다고여겼다. 얼른 바지와 윗도리를 껴입
은 나는 아직도 발에 맞지 않는 나막신을 신고서 물 대야를 들고는 화장실로 갔다.주인장은
섯째 울음소리에 건물 앞에서 양동이를 두들긴다. 대체 얼마나 두들겼는지 옆면이 몽땅 우그
러진 양동이는, 그래서인지 칠 때마다 다른 음색이지만 한결 같이 사람 미치게 만드는 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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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자랑한다.”크으, 젠장. 닭아. 오늘은 좀 늦게 울어라!”적어도 이곳에 정형화된 시계가 없다
는 것에 감사하면서, 나는 얼른 물 대야를 비우고는 내 몸속의 물 대야도 비우기로 했다. 하는
김에 쌓여있는 것도 좀 풀어내야지. 그러는 사이 네 번째 울음이 들렸다.꼬깨에-엑!저거 목을
확 비틀어버려? 하긴, 그래도 새벽은 오겠지만 말이야.나는 퍽 오래된 진리를 곱씹으며 몸
요소요소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그리 상쾌하지 못한 아침이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지금이
몇 월인지, 며칠인지 모르겠다. 이 ‘니아런’이란 곳은 내가 알고 있는 식으로 날짜를 계산하
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이곳에는 하루뿐이지만 ‘주기말(週期末)’이라는 것이 있어, 주말과 비
슷한 용도로 쓰인다.다른 세계에 와본 적은 처음이다. 아니, 당연한 소리잖아. 어쨌든 간에
나에게 걸려있는 마법의 덕인지, 제일 큰 문제인 대화소통은 어떻게 되는 편이었다. 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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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해서 알게 된 상식 몇 가지는 이곳의 시간도 지구와 같이 24시간에 1시간 60분으로 이루
어져 있었다. 의문스러운 것은, 과연 이들도 시간을 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가가 문제다.
나의 귀로 들려오는 것은 모두 한국어이며, 나는 한국어로 말하지만, 그들과 나는 사실 ‘공
용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로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글씨를 읽고자 한다면 읽을 수는
있다. 왜냐면 그 이상하게 꼬부라진 영어를 닮기도 하고, 한자 비스무레한 글씨의 뜻이 머
릿속에 각인되듯 들어오니까.이상하게 여긴 나는 쓰기 연습도 해봤다. 결과는 아리송했는데
, 내가 공용어로 쓰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떠올린 채 글씨를 쓰면 그 글씨는 공용어로 써
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의 4가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
다. 하, 지, 만! 그렇다고 해서 난 이 세계가 좋은 것만은 아냐! 그러니까 난 내가 살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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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그러기 위해서는 난 한시라도 빨리 날 이쪽 세계로 불
러온 그 마법사란 인간부터먼저 만나야 한다. 그 사람은 어디 있냐고? 그러니까 그 무책
임하고 어이없는 마법사 할배는….”세이르! 접시!””아앗! 아차찻!”나는 옆에서 스르륵 떨
지는 접시를 간신히 받아낼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헛생각을 하면 이렇게 접시가 어긋난
다니까. 나는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나에게 경고를 준 윌터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하나 깨먹으면 돈이 얼마냐?”조심해. 월급날이 곧
다가온다고.””아. 그래. 월터.”윌터는 히죽 웃으면서 꼬리와 귀를 동시에 쫑긋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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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색으로 빛나는 눈이 멋인 이 친구는 요수족(妖獸族)의 한 일파인 요랑파(妖狼派)의 일
원이라고 한다. 처음에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엉덩방아 찧은 채 뒤로 기어가려던 기억
이 생생하다.생각해보라. 사람처럼 서있긴 한데 귀가 머리 위에 달려있고, 회색 꼬리가
뒤춤에서 움찔거리고 있는 늑대의 모습을. 얼굴의 반은 회색 털로 덮여있고, 황록색
눈동자가 빛나며, 코의 모양은 마치 개과의 모습 같은 이상한 ‘것’이 윗도리, 아랫도리를
챙겨 입고 날 바라보는 것이다.쉽사리 잊혀질만한 충격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도 거의
5, 6일은 이 친구 볼 때마다 어깨를 움츠려야 했으니까. 그래도 그는 그나마 나은 편이
었다. 적어도 나에게 익숙한 동물모양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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