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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께서는 봉명루 누각 위에 지금도 계시냐?”새빨간 복장을 한 소녀가 허리 굽혀 절하

며 대답했다.”아가씨께서는 세심암(洗心庵) 암자에 가셔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흥! 그래?”손추평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자못 불쾌하다는 신색이 은연중에 얼굴에 드러

났다. 다시 삼기라는 세 사람들에게로 고개를 돌이키며 분부했다.”세 분께서도 수고를 해주

셔야겠소! 이 시각부터 책임을 지시고 봉명루 누각을 철저히 감시해 주시오! 도둑놈의 목적

은 야광주를 훔쳐내는 데만 있는 것 같지 않으니.”삼기라는 세 사람은 이로라는 두 선배 노

인들이 마땅치 않았지만, 장주의 첫째 애첩인 손추평의 분부를 거역할 도리는 없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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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천수관음 손추평은 봉명루 누각을 유심히 치올려 보며, 여

러 사람들을 향해서 아래턱을 까딱까딱해 보였다. 아장아장, 사뿐사뿐 저편으로 걸어갔다.

이날밤, 봉명장 안에는 경계가 삼엄했다. 사람의 그림자가 밤새도록 왔다갔다했다. 그러나

아무런 사고도 다시 발생하지는 않았다.그 이튿날 점심때쯤.마양성(麻陽城) 한군데 술집

이층 들창가 자리에 화려한 옷차림의 청년이 한 사람 혼자 앉아 있었다.얼굴빛이 백옥같

이 허여멀쑥하고 풍채가 준수하게 생겼으며, 치올라 간 눈썹에 또랑또랑한 두 눈을 가진

멋들어진 대장부다운 청년이었다.그런데 이 청년은 내심 어떤 중대한 일을 골똘히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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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이면서도 어떤 우울이 감돌고 있으나, 세상만사에

깊은 수양을 쌓아서 희로애락을 여간해서 얼굴에 나타내지 않는, 듬직하고 점잖은 인물

같은 인상을 주었다.청년은 행동거지가 지극히 단정하고 점잖았다. 그리고 눈부시게 화려

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언뜻 보아서 시서(詩書)공부도 많이 했고, 천하를 두루두루 돌

아다녀 본 귀공자 같아 보였다.그는 유심히 술집 이층의 손님들을 휘둘러 보고 있었다.

많은 주객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속된 얘기 소리가 몹시 시끄럽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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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 그들을 경멸한다는 듯한 미소를 띠고, 술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을 마셨다.

바로 이때, 돌연 이 청년의 자리와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술좌석에서 어떤 노인의

늙수그레한 음성이 들려 왔다.”여보게! 이 사람아! 이십 년 전에 우리 마양성 안에서 일

어났던 괴상 망측한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도무지 까닭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돼 버

렸단 말일세.”‘이십 년 전이라구?’화려한 옷차림의 청년은 가슴에 뭣이 찔린 듯, 이상한

표정을 하고 저편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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